97g짜리 신발이 2시간의 벽을 부쉈다
— 기술 도핑인가, 인간 진화인가

2026년 4월 26일, 런던.
두 남자가 같은 날, 같은 신발을 신고 '불가능'의 영역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세상은 묻기 시작했습니다 — "이건 사람의 기록인가, 신발의 기록인가?"


그날 런던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2026.04.26 — 런던 마라톤

케냐의 사바스티안 사웨, 42.195km를 1시간 59분 30초에 완주. 종전 기록을 1분 5초 앞당겼습니다. 2위 선수도 1시간 59분 41초. 최초 서브2 기록이 같은 날 두 번 나왔습니다.

여자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에티오피아의 티지스트 아세파가 2시간 15분 41초로 자신의 세계기록을 다시 썼습니다.

그런데 세 선수 모두 같은 신발을 신고 있었습니다. 아디다스 '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 에보3'. 한 짝 97g. 가격 약 74만 원. 아디다스가 3년을 쏟아부은 결과물입니다.

97g
슈퍼슈즈 한 짝 무게
(일반 운동화의 절반)
1분 5초
단축된 마라톤
세계기록

슈퍼슈즈, 도대체 뭐가 다른가

가볍기만 하면 어디 러닝화가 없겠냐고요. 슈퍼슈즈는 구조가 다릅니다.

1극단적 경량 — 97g의 물리학
42km를 달리면 발을 약 3만 번 듭니다. 한 번 들 때 100g를 덜 들어올린다면, 3만 번이면 누적 3톤 차이입니다. 후반 체력이 다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2카본 플레이트 — 발 속의 스프링
착지할 때 발생하는 힘을 앞으로 튕겨줍니다. 고반발 폼과 조합되면 에너지 손실이 최소화됩니다. 선수 표현 그대로 "앞으로 밀어주는 느낌"이 생깁니다.
3곡선 밑창 — 힘 빠질 때 버텨주는 구조
앞꿈치가 살짝 들린 곡선 형태입니다. 보폭 리듬이 무너지지 않도록 잡아줍니다. 마라톤 후반 35km 이후, 가장 빛을 발하는 기술입니다.
일반 러너에게 적용된다면

슈퍼슈즈 효과는 정상급 선수일수록 큽니다. 일반 러너는 먼저 훈련 → 자세 → 회복 순으로 쌓은 뒤 신발을 바꾸는 게 맞습니다. 신발이 체력을 만들어주진 않습니다.



기술 도핑인가, 진화인가 — 찬반 정리

기록이 '몇 초'가 아니라 '몇 분' 단위로 깨지자 세상이 술렁였습니다. 논쟁의 핵심은 단 하나입니다. "이 기록은 선수의 기록인가, 신발의 기록인가?"

비판하는 쪽
  • 기록 단축 속도가 너무 빠름
  • 카본 플레이트 = 스프링 역할
  • 장비 의존도가 공정성 훼손
  • 못 사는 선수는 기회 불균형
옹호하는 쪽
  • 세계육상연맹 규정 내 제품
  • 밑창 두께·플레이트 수 제한 있음
  • 수영 전신 수트도 같은 논란 겪었음
  • 선수 훈련 없이는 기록 불가
사바스티안 사웨 (2026 런던 마라톤 우승)

"전혀 도핑이 아닙니다. 승인된 신발입니다. 가볍고 편안하며 앞으로 밀어주는 건 사실이지만, 규정에 맞는 신발을 신고 뛰었습니다."

스포츠 역사의 반복

2008년 수영 전신 수트 논란도 똑같았습니다. 세계기록이 쏟아지자 FINA는 결국 폴리우레탄 수트를 금지했습니다. 슈퍼슈즈도 같은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논쟁이 우리에게 남기는 질문

스포츠에서 기술의 역할은 어디까지여야 할까요.

자동차 레이싱은 기계가 주인공입니다. 양궁은 활과 화살이 발전합니다. 마라톤만 유독 '맨몸'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인간 한계에 도전한다"는 마라톤의 본질이 흐려질 때, 우리는 무엇을 보고 감동받아야 하는지 모호해집니다.

사웨가 2시간의 벽을 부순 건 맞습니다. 신발이 도운 것도 맞습니다. 그래도 42km를 혼자 달린 건, 신발이 아니라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기록, 순수하게 축하할 수 있으신가요?